줄거리
드넓은 옥수수밭이 펼쳐진 엔젤타운은 교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된 미국 중부의 작은 마을이다. 1979년, 그곳의 가장 크고 가장 비싼 저택으로 한국계 가족이 이사해 온다. 거대한 농장을 운영하는 부부와 그들의 아들 ‘한’이다. 그들은 동양인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적대적인 혐오를 부와 권력으로 가리고 마을의 유지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같은 해, 그들의 저택과 마당을 공유하는 다 쓰러져 가는 집으로 한인 가족이 이주해 온다. ‘정’과 ‘희’ 그리고 아들 ‘준’은 어눌한 영어를 쓰며 항상 지독한 마늘 냄새를 풍겨 마을 사람들의 희롱과 차별에 시달린다. 엔젤타운의 주민들은 한의 가족에게는 드러내지 못했던 혐오와 폭력성을 준의 가족에게 드러낸다.
한편, 준의 등장 이후 한에게는 전에 없던 이상한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은 자꾸만 준의 시선과 감각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게 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적절한 거리를 두며 지내던 어느 날, 한은 그것이 ‘빙의’라는 현상이며 준의 집안이 대대로 한국의 샤먼인 ‘무당’ 일을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두 소년은 철저한 계약에 의해 피해와 가해를 거래하며 기묘한 우정을 쌓아 나간다. 함께 이 지옥 같은 엔젤타운을 벗어나자고 다짐하며.
시간은 흘러 1999년 서울, 한은 ‘민경’과 함께 결혼식장에 서 있다. 두 사람은 결혼 행진곡에 맞춰 한 발 한 발 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한다. 그 걸음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로...
책 소개
타인의 감각으로 세상을 보는 순간, 우리는 ‘우리’라는 말이 가진 폭력성에 눈뜨게 된다.
1979년 미국 중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계급과 처지에 놓인 두 한인 소년이 기묘하게 연결되며 혐오의 역사와 공동체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소수의 문화를 향한 다수 문화의 혐오와 폭력을 조명하며 이를 통해 결국 문학이 망각된 역사를 현재로 불러내는 제(祭)임을 증명한다. 동시에 압도적 서사와 충격적인 반전으로 소설적 카타르시스까지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