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950년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늪지의 다이너 ‘블루 바이유’에서 웨이트리스로 살아가던 동양인 캐시. 어느 여름밤, 고고학자 조셉 뒤부아는 그녀를 괴롭히던 백인 무리를 내쫓고, 캐시와 어린 아들 렌을 뒤부아 대저택으로 데려간다. 캐시는 자신이 한국인 무당 수향이며 렌의 진짜 이름은 성호라고 고백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수향은 브로커에게 버림받고 LA에서 출산까지 홀로 치른다. ‘동포’라 믿었던 이민기 일행에게 거처를 얻지만, 유령의 경고로 그들이 한인 여자를 유인해 여권과 돈을 빼앗아 팔아넘기는 인신매매꾼임을 알게 된다. 수향은 다섯 살 성호와 탈출해 이름을 바꾼 채 늪지로 숨어든다.
그러나 대저택엔 봉인된 서관의 악령이 떠돌고, 조셉은 저주를 끊기 위해 외국인 무당들과 ‘퇴마형 계약결혼’을 반복해왔다. 성호가 금지된 방에서 악령에게 덮치는 순간, 수향의 ‘슬픈 공명’이 저택을 뒤흔들며 아내들이 한편이 된다. 매달 하루 되살아나는 200년 전 가면무도회 속에서 비밀과 보물이 드러나지만, 조셉의 이복동생 폴과 KKK의 습격으로 조셉은 죽는다. 남겨진 아내들은 ‘와이브즈 코퍼레이션’을 세우고, 수향 앞엔 여전히 젊은 마사키의 환영이 나타나는데…
책 소개
박소해 작가의 장편소설 『와이브즈』는 전편 『허즈번즈』에서 격동의 시대를 “눈물로 길을 내며” 돌파했던 수향의 생존 의지를, 전후 미국 남부라는 또 다른 폭력의 무대로 확장한다. 이번 작품에서 수향은 이민자·유색인 여성에게 덧씌워진 타자의 시선과 계약, 그리고 ‘아내’라는 이름에 붙은 굴레를 정면으로 뒤집어, 끝내 그것을 연대의 깃발로 바꿔 세운다. 귀신 들린 대저택과 반복되는 저주의 시간은 단순한 공포 장치가 아니라, 여성들의 상처와 역사적 죄업을 직면하게 하는 거울이며, 그 거울 앞에서 수향과 ‘아내들’은 더 이상 이용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서사를 전개해 나가는 주체가 된다. 『허즈번즈』가 욕망과 각성의 서사였다면, 『와이브즈』는 상실 이후에도 함께 살아남는 법을 발명하는 여성 연대와 구원의 대서사다.